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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Day But Today/오늘 쓰는 어제 일기

[일상.마리는훼이크] 나의 짧은 임신기 #2. 모르면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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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알자마자 기록한 글들인데, 안정기가 되면 공개할 예정이었어요.

결과는 유산으로 끝났지만 경험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정리하고 다듬어 남깁니다.


마리는 훼이크 (나의 짧은 임신기)

#2. 모르면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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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는 게 왜 싫어?"


누군가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여성으로, 엄마로, 사회에서 아이를 갖는 것이 싫을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데 굳이 그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뭘까.

임신한 여성으로써 겪어야 할 신체적 불편함과 출산의 고통,

내가 봐왔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될것이라 느끼는 엄마라는 이름의 희생,

의도치 않게 직장에 끼쳐야 하는 폐, 혹은 직장에 구해야 하는 양해, 아니면 경력 단절.

아이를 키우기 위해 쓰게 될 막대한 양의 마음의 크기, 돈의 액수, 흘러갈 시간과 젊음.

물론 질문한 사람도 이런 내용을 모르고 묻진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그녀도 한국인이었고, 공감하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싫다기 보단 무서워."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아픔과 신체의 변화, 내가 엄마처럼 '나'를 뒤로 하고 살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전에 일 어지간히 해 본, '왕년에'를 외치는 중년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면 눈앞이 아득해지는 공포가 인다.

그래도 막상 아기가 생기고 나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과는 달리 임신 사실을 안 그 순간부터 막연한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임신테스트기가 불량은 아니었을까?', '정말 믿을만한 테스트인가?' 하고 생각이 들면 바로 검색창을 들락거렸다.

나같은 의심병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임신테스트기'를 검색창에 타이핑하니 '임신테스트기 신뢰도'라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대체로 90% 이상의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하니 맞는가 싶다가도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다.


*

막연한 공포만큼 실체 없는 고민은 없다.

아무것도 모르면 겁부터 사는 것이 사실. 문제를 안다면 해결은 쉽다.

공부하면 된다.

하려면 확실하게, 그럴 듯하게 하는 것이 좋다.

대충 인터넷에서 훑어보는 주워먹기 식으로 시간 보내는 것보다 제대로 된 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 게 낫다.

어쩌면 인터넷 정보는 출처도 알 수 없고 믿을만한 게 못 된다는 것을 학습한 신문방송인이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전부터 아기가 생기면 공부하자고 생각했던 터라 임신을 확인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책을 구매하는 일이었다.

아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우리 부부를 위한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여러사람의 "어디에선가 들은" 지식들 중 들을 말과 듣지 않아도 될 말을 구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두번째로 한 일은 엽산을 구매했다.

물론 보건소에서 무료로 엽산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꼭 챙겨야 할 것은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지 몰라 체크사항으르 적어본다.

엽산은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기형아를 예방하기 위해 먹는 영양제로 알려져 있다.

권장량은 임신 전 가임기의 여성의 경우 하루 400ug, 임신부는 600ug, 수유기 여성은 500ug 양의 엽산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엽산을 구매할 때 주의할 점은 사용된 원료가 천연원료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화학부형제(스테아린산마그네슘, 이산화규소, HPMC)와 합성첨가물(합성착향료, 합성감미료, 합성착색료)이 들어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엽산을 구매하려고 동네 약국에 갔는데 의외로 엽산을 찾기가 어려웠다.

약사 말로는 산부인과 근처의 약국이 아니면 엽산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3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임신부용 엽산을 찾아 구매했다.

우선 엽산 찾기가 어려우니 체크해야 할 사항을 잘 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모든 것이 처음이니까 완벽할 순 없다는 것을 안다. 솔직히 완벽할 필요도 없고.

그래도 더듬더듬 짚어가며 조금 더 관심 기울이면 최소한 중요한 것은 챙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잘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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