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늦은 저녁 곰님을 만났습니다.
수원에 사는 친구인데 충주에서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6월에 있을 결혼식의 초대장을 주기 위해 먼길을 마다 않고 와주었습니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처음 만난 그 친구는 벽을 닦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 앤디 닮았다."
"...? 응?"
아마 그 때부터였을겁니다. 여고 안에서 격하게 주황공주들한테 둘러싸였습니다.
옆반 주황공주도 구경왔습니다. 아마 그녀석 때문이었을 겁니다.
곰님의 기억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화창조입니다.
각자 대학교에 진학한 후 만날 일이 많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드물지만 꾸준히 연락을 지속하고 만날 수 있는 건 순전히 이녀석 덕일겁니다.
편하게 만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담스럽지 않은 친구.
조금 힘든 이야기도 내 입장에서 들어주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고맙고, 가끔 만나도 의지가 되는 친구입니다.
곰님은 하필 퇴근시간이 겹쳐 차가 많이 막히는 바람에 예정한 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합니다.
저는 시간이 조금 남아 기다리다가 꽃집을 발견합니다.
제 생각에 꽃다발은 언제 받아도 기쁠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도 이렇게 안했는데, 아무래도 생색은 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꽃집 사장님께 오해를 받은 듯하거든요.
치마 입은 손님이 여자 친구에게 줄 꽃을 추천해 달라고 했거든요.
주황색으로 예쁘게 말린 꽃을 가방과 함께 넣으니 제법 태가 납니다.
스스로 매우 흐뭇합니다. ㅎㅎ
돌아가는 버스시간 때문에 길게 볼 순 없지만 그래도 근처에서 맛있는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합니다.
초밥이 먹고싶다는 친구의 말에 바로 근처에 이마트 맞은편에 있는 민쿡다시마로 갔습니다.
초밥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가게도 자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이 이야기하며 먹기에 안락했거든요.
시간도 짧았고, 나눈 말도 몇마디 안되지만 느낌이 다른 때와 다릅니다.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모를 먹먹함이 있습니다..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구도 느꼈을 그런 감정일까요.
결혼을 빨리한 탓에 여적 몰랐다가 이제야 하나둘씩 보내면서 감성이 폭발하네요.
식날 보자. 조심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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