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핸드폰이 말을 듣지 않아요.
어제 보낸 카톡이 오늘 도착하기도 하고, 저쪽에서 전화를 걸었는데 내 폰은 감감 무소식일 때도 있습니다.
멀쩡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화면이 갑자기 화이트라인이 죽죽 그어져 놀란 적도 있어요.
물론 제가 기계를 소중히 다루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던지거나 잃어버리는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카드는 받자마자 잃어버리지...ㅠㅠ
어쨌든 핸드폰을 바꿀 때가 된거죠.
마침 약정이 끝난건지, 약정이 끝난 걸 알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더 튼튼하고 오래 가도록 만들 수 있지만, 지속적이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유통기한 2년으로 핸드폰을 제작하는 제조사의 꼼수라고 어디선가 본 것 같아요.
전에는 최신형이 나오면 열광했지만, 나이가 들었는지 그것도 이제 어쩔 수 없이 갈아타고 있어요.
핸드폰으로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업데이트하면 용량 잡아먹고, 지원이 안되는 앱들도 늘어가고...
이럴 때마다 핸드폰의 노예라는 게 느껴져요.
*
문득 '번호를 바꿔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생이었나, 고등학생때 만든 번호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물론 016에서 010으로 바뀐 것 빼고는요.
번호를 유지하는 데에 큰 이유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이 번호에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또 별 이유 없이 번호를 바꿔보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쓸데없는 연락이 딱히 오는 것도 아니고(물론 광고전화는 오지만요), 이 번호가 싫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않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지난번 유산 후 몸보신을 시켜주겠다는 엄마의 성화에 굳이 한약방에 간 적이 있어요.
그 날 엄마랑 이동하면서 근황토크를 하다가 문득 이런 말씀을 던지셨습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댈 수 있는 번호가 내 주민번호, 핸드폰 번호 그리고 네 핸드폰 번호밖에 없어."
그 말에 움찔 했습니다.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진 않겠지만 그런 말 들으면 괜히 불안해지잖아요.
저희는 남매인데 둘 다 일찍 결혼해서 분가한 상태입니다.
저보다 동생이 친정과 가까워서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동생이 더 빠를텐데, 동생이 아닌 제 번호를 외우고 계셨더라구요.
동생 번호는 가끔 바뀌기도 해서 외울 생각도 안들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같은 번호를 쓰다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입력이 되셨던거죠.
생각해보면 저도 번호가 바뀌지 않는 엄마와 남편 번호만 외우고 있습니다.
그럴 일 잘 없겠지만, 만약에 엄마한테 곤란한 일이 생겼는데 핸드폰도 안되고, 외우는 번호도 없으면 어떡하지.
정말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않기로 했습니다.
핸드폰은 바꿀거지만!
'No Day But Today > 오늘 쓰는 어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생각] 어쩐지 다 온 것 같은 기분 (0) | 2018.10.27 |
---|---|
[일상] 행복을 자랑하는 일 (0) | 2018.10.24 |
[일상.마리는훼이크] 나의 짧은 임신기 #7. 유산 수술, 그리고 휴가 (0) | 2018.09.12 |
[일상.마리는훼이크] 나의 짧은 임신기 #6. 3차 초음파 - 계류유산 확진 (0) | 2018.09.02 |
[일상.마리는훼이크] 나의 짧은 임신기 #5. 2차 초음파 - 계류유산 (feat. 이별택시) (0) | 2018.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