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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 시작, 남편의 생일이 찾아왔습니다. 저희 부부는 특별히 기념일 등에 의미를 두지 않고 챙기지 않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번에는 남편에게 생일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뭘 줄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한번은 돈을 돌돌 말아보고 싶어서 현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원래 선물은.. 주는 사람이 주고 싶은걸 주는 거잖아요?

퇴근 후 남편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뽈뽈 쇼핑을 시작합니다.
준비물
- 현금
- 현금 묶을 띠
- 내용물이 보이는 포장 상자
- 스타핑
- 쇼핑백
이것을 한번에 다 사려면? 포장용품이니까... 다이소로 갑니다. 발렌타인데이가 얼마 안남았으니 포장용품들이 나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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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상자는 안의 내용물이 보이는 걸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모처럼 현금을 말았는데, 잘 보여야 보람이 있죠 :)
현금을 말아서 고정할 띠로는 투명한 점착메모지를 구매했습니다. 투명해서 내용물을 가리지 않고, 점착메모지라 쉽게 뗄 수 있고,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일정하게 점착풀이 붙어있어서 비교적 똑같은 크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현금을 돌돌 말아서 점착메모지로 만든 띠 안에 쏙쏙 넣어서 현금뭉치를 만듭니다.
포장상자 안에 스타핑을 깔고... 아차, 스타핑을 안샀더라구요.. (아쉽..) 하지만 다시 나가서 사 올 열의가 없습니다. 아쉬운대로 집에 있던 비닐로 포장상자 속을 채우고, 현금을 가지런하게 위치시킵니다. 남편이 퇴근할 때 마중나가서 줄 생각으로 상자와 어울리는 쇼핑백과 카드까지 준비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럴듯 해 보입니다! 마음에 들어! 좋아! (만족)
그런데 생각해보니 들고 나가면 모양이 흐트러질 것 같아서... 그냥 마중을 포기했습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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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신혼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선물 줬을 때 남편의 반응이 결혼 10년차가 된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남편의 생일이었습니다. 출근할 때 셔츠를 입는 남편을 위해 넥타이핀과 커프스를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데일리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심플하고, 깔끔한 걸로 골랐습니다. 식사하면서 남편에게 선물을 건넸던 것 같습니다. 포장지를 신나게 뜯은 남편은 말했습니다.

"예쁘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야. 맘에 안들어, 환불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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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바로 제가 남편에게 딱히 선물을 주지 않는 이유였습니다. 당시엔 내 남편이 제정신이 아니란걸 확신했고, 지나고나니 좀 웃긴 에피가 되어 아직도 회자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걸 잊고 또 선물을 준비해 버렸네요. (이런..) 이래서 사람은 망각의 동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뭐,이미 준비한 것은 어쩔 수 없죠. 그냥 주기로 합니다. 반응은 딱히 기대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제가 돈을 말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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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은 제가 준비한 선물을 보고 말했습니다.

"내 비상금! 발견한거야??"
음... 뜻밖의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이 좁은 집안 어딘가에 현금을 곳곳에 뿌려두었나봅니다. (절레절레) 아무래도 남편 생일선물 에피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어... 그래; 일단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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