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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경영협회에서 발급하는 스키지도요원 일명 티칭1에 도전해봤습니다.
저는 이제 스키를 탄 지 6번째 시즌입니다. 눈누난나 즐거운 관광스키어로 즐기다가 이제 상급자코스에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상급자에서 샥샥 스키를 예쁘게 타고 내려오고 싶다고 말하니 그러려면 기본적인 기술을 연습해야 안전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스탠다드 연습!
남편이 제 성격상 카빙이 더 잘맞을것 같다고 날 세우는 것만 가르치고 맘대로 신나게 타라고 풀어뒀습니다. 그래서 스탠다드를 제대로 연습해보는건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스탠다드는.. 음.. 속터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게 다 남편한테 배운겁니다. 남편도 제게 스탠다드를 가르치려고 시범을 보이다가 금새 집중력을 잃고 스탠다드는 속터진다며 혼자 신나게 스키딩이나 카빙으로 내려가버립니다.

... 역시 진정한 제 슨생님은 유튜브밖에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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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 지난 시즌에도 티칭1에 도전했었습니다. 광탈했지만요!

애초에 붙고싶단 생각보단 경험삼아 본거긴 하지만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상급자코스에 이제 두어번밖에 안 올라가 봤는데 상급자코스에서 보는 시험에 붙을 리가 없잖아요? ㅋㅋ
같이 도전했던 남편은 당연히 붙었습니다. 저한테 가르치면서 보이는 시범은 제대로 안타면서 자기 시험은 제대로 보더라구요? 남편이 1번이라서 다들 전주자인줄 알았대요. (쒸익) 이래서 돈 내고 배워야 하는건가!!
아무튼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상급자에서 놀다가 티칭1 시험 볼 시기라는걸 알았습니다. 스키장 1층에 공고가 붙었거든요.
두번째 사진은 웰리힐리 홈페이지 공지입니다. 이 공고를 봤을 때는 이미 1차는 지나갔더라구요. 2차 검정 날짜도 마침 놀려고 이미 연차 낸 날! 그래도 지난시즌에 광탈했고 이번 시즌 들어서는 연습보단 신나게 놀기만 했으니 붙을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검정 전날 남편에게 티칭1에 도전해도 될지 체크를 받았습니다. 의외로 남편이 시험 봐도 괜찮겠다고 말해서 당일 접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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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당일!
신분증과 반명함사진을 챙겨서 접수를 하고 검정료 7만원을 납부합니다. 응시표과 신분증을 가지고 비브를 받고, 정상광장에 11시30분까지 맞춰서 모이면 됩니다!
정상에서 집결 전까지 몸 풀고 시험종목 체크도 할 겸 슬로프로 올라갔습니다.
날씨가 안 좋을거란 건 예보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보니 정말 안좋더군요 ㅎㅎ
새벽부터 눈비가 내리는데 온도는 높아서 물기 머금고 부츠에 퍽퍽 부딪치는 떡눈이 되어있었습니다. 눈 오는 날 치고 포근하지 않고 돌풍에 눈보라가 휘몰아쳐 눈이 옆으로 내리고 있었죠. 고글에 김서릴까봐 바라클라바를 턱까지 내리고 타는데 눈비가 얼굴에 부딪쳐서 인중이 따가울 정도였답니다 ㅋㅋ 심지어 날이 흐려서 슬로프 바닥이 잘 안보이는데 눈이 뭉치니까 전부 모글에 범프, 어디는 바람에 눈이 다 날아가버렸는지 빙판에... 난리가 나있었네요.
길게 말했지만 제가 제일 싫어하는 상태의 슬로프란 뜻이었어요.. 조금만 타도 아주 피로해지는 그런 눈이요 ㅠㅠ 다 모르겠고 집에 가고 싶었어요..

웰리힐리에서 티칭1을 시험보는 슬로프는 C4 중하단입니다. C4는 종종 기문이 박혀있는 슬로프인데 하필 검정 당일 오전시간에 알파인스노우보드 타는 분들이 기문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시험이 순탄치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죠 ㅎㅎㅎ
시험 순서는 스탠다드롱턴 - 슈템턴 - 스탠다드숏턴 - 플루그보겐 순으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눈이 좋지 않고 속도가 잘 나지 않는 눈이라 감안해서 심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점수가 후할지도 모르겠네요. ... 아, 평소 타던 것보다 절반 이하로 타겠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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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편은 갤러리 본연의 자세로 준비물을 열심히 챙겼습니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우비, 물, 텀블러에 따뜻한 유자차랑, 알새우칩, 홈런볼, 보조배터리에 카메라에... 맥주만 안깠지 아주 즐거워보였습니다 ㅋㅋ

즐기는 건 좋은데 왜이렇게 신났지..ㅋㅋ 물론 날씨가 안좋고 추워서 과자같은건 꺼내지도 못한 것 같지만요 ㅋㅋ
12시에 시험 시작해서 3시 넘어서 끝났는데, 눈비에 바람도 어마무시하게 부는데 그걸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려니 얼마나 추웠을까요. 그래도 시험 보는 제 입장에선 내려올 때마다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정말 든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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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자마자 배고픔에 재빠르게 달려내려왔습니다. 춥고 배고팠어요.. 식사를 마치고나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 옷을 갈아입는데 제가 이너 상의를 거꾸로 입고 있더군요. (ㅋㅋㅋㅋ) 어쩐지 답답하고 숨이 좀 막히더라구요. 긴장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물리적인 숨막힘이었어요. 하핫,

그리고 남편이 촬영한 영상을 확인해보니 저의 전 번호까지는 앵글이 멀쩡한데, 제가 타기 시작하니까 카메라 앵글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더니 저는 안찍고 바닥만 찍고 있더라구요 (ㅋㅋㅋㅋ) 남편이 본인이 쌩눈으로 보느라고 촬영은 신경을 안쓴거죠. 그래서 전 제가 어떻게 탔는지 모릅니다. 볼 수가 없었어요 ㅋㅋㅋㅋ
아니, 둘 다 이렇게 나사 빠져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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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당일에 나왔습니다. 지난 시즌엔 전화로도 알려줬었는데 이번엔 직접 확인해야 하더라구요.
비브 넘버와 채점점수, 합격여부가 붙은 종이가 벽에 붙어있었어요 ㅎㅎ 합격! (오예!! 와아아아아!!)

어차피 공개된 정보니까 사진 올려도 되겠죠?
23/24 티칭1 웰리힐리 2차검정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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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저 이제 티칭1이예요!!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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